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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원칙론 고수·싸늘한 여론에 금호타이어 노조 전격 `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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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조 4월 1일 조합원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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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사가 더블스타 자본 유치에 합의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던 금호타이어는 기사회생의 길을 열게 됐다. 30일 금호타이어 노조는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본 방향에 공감하고 자본 유치에 합의하기로 결정했다. 더블스타 자본 유치 수용을 결정한 노조는 이날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은 물론 노조 내부의 목소리도 수렴해 전격적으로 해외 매각 불가라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노조가 전격 회군을 결정한 것은 기존 강경 입장을 고수하다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거대한 후폭풍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이어 이날 정부와 청와대까지 '구조조정 원칙' 고수 방침을 밝히자 노조 집행부가 기댈 수 있는 정치적 기반도 함께 좁아졌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정부는 절대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며 "정치적인 개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금호타이어와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원칙을 천명했다. 일각에서 '설마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겠느냐,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각까지야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지만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청와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승적 차원에서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달라는 뜻을 전달드린다"고 했다. 매각 절차에 있어서 '정치적' 논리가 개입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자, 법정관리 시 '청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고, 결국 노조가 물러설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법정관리에 따른 구조조정(정리해고) 규모를 약 40%로 추산했다.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전체 직원(4000여 명) 중 16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정리해고자들은 기존 체불된 임금과 퇴직금 지급도 담보할 수 없고, 남은 직원들은 임금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지역 협력사와 대리점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됐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무려 1만5000명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된다. 금호타이어 일반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최악의 국면인 법정관리보다는 해외 매각을 선택하자며 노조를 압박해 온 이유다.

노조 집행부가 더블스타 자본 유치를 수용하면서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가 해외 매각 반대의 뜻을 접으면서 조합원들도 '반대'를 지속할 명분을 상당 부분 상실했기 때문이다. 또 조합원 일부에서 법정관리보다는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이 낫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던 점도 '과반수 찬성' 예상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금호타이어 노조 계파 중 하나인 현장투쟁노동자회는 지난 29일 대자보를 통해 "노조 집행부의 일관성 없는 집행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조합원들과 정보를 공유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 다른 계파인 노동과희망 역시 "법정관리는 절대 막겠다는 막연한 추측성 발언에 조합원 가족들의 생존을 맡길 수 없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일반직 직원들도 "더블스타 매각에 노조가 동의해야 한다"며 압박을 높여왔다.

금호타이어 사측 역시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노조 집행부가 이를 받아들인 만큼 찬성표가 절반을 넘어 가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동의절차가 완료될 경우 경영 정상화의 큰 산은 넘은 것으로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16일 금호타이어에 대한 더블스타의 투자유치 조건을 승인해 놓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조합원 찬반투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임금 삭감' 부분이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단은 앞서 금호타이어 노조에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직원 수준으로 임금 삭감 조건을 제시했다. 가까스로 찬반투표를 넘더라도 임금 삭감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다시 법정관리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되는 셈이다. 자율협약이 종료되면 금호타이어는 즉시 빚 독촉을 받는다. 채권단 등 2조4000억원에 이르는 국내외 금융채무 중 당장 270억원의 기업어음 만기가 다음달 2일 돌아오고 5일에는 회사채 400억원을 갚아야 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주말에 과반수 찬성이 나올 경우 법정관리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일요일 예정된 찬반투표에서 노조가 동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서울 = 이승윤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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