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잡은 현실화율(시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 수치 달성에만 급급할 뿐, 국민의 과도한 세 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깜깜이’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논란, 고가·저가 주택 간 형평성 문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으로 세금 더 걷는 데에는 능수능란한 정부가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한 치 앞도 못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는 공시가격의 책정 기준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정 과정에서 어느 시점 실거래가를 시세로 삼았는지, 최근 거래가 없었을 경우 어떤 식으로 보정했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매년 공시가격 공개 때마다 산정 기준을 알려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데, 공시가격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 이전에 우선 증세에만 나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오류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현실화율만 높이면 조세 저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 방식부터 개선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간 조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는 부동산 유형과 가격대 별로 현실화율 속도를 다르게 설정했다. 예컨대 2025년이 되면 15억원 이상 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이미 90% 수준인데, 9억원 미만 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75.7%에 불과해 격차가 1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또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 반영률 90%에 도달하는 시점이 2035년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보다 5년이나 늦다. 같은 가격의 집인데 아파트는 세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단독주택은 천천히 오르는 불균형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을 준비하면서 대만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10년여에 걸쳐 90%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는 동시에 2016년 양도세율을 큰 폭으로 낮췄다. 2년 이상 거주한 주택의 양도세율을 40%에서 20%로 내렸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늘어나는 보유세를 감안해 거래세를 낮춰 균형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주택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동시에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세도 강화하고 있다. 집을 갖고 있어도 세금 폭탄, 팔아치우려 해도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현실화율을 급격히 높여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