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오른쪽)·노태우(가운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12·12 및 5·18 사건 관련 재판정에 나란히 서 있다. /조선일보 DB

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다스’ 자금 252억원을 빼돌리고 기업에서 뇌물 94억원을 받은 죄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전직 대통령 중 법원에서 유죄 확정 선고를 받은 것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이 전 대통령이 이번에 구속되면 세 번째 수감이다. 금고형 이상 확정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은 연금도 받을 수 없다. 2017년 3월 말 구속된 이후 지난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수감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권에선 “전직 대통령 잔혹사가 한국 정치에선 공식”이란 말도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으로 출두하기 위해 2009년 4월 3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택을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 앞에서 "국민께 면목이 없다.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있다. /조선DB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95년 12·12 군사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비자금 사건 등으로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이 1995년 11월 16일 구속됐고, 전 전 대통령은 이후 17일 만인 12월 3일 구속 수감됐다. 1심에서 사형이 구형됐던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명령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됐고, 추징금 2628억원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31일 구속됐다. 이후 지난 7월 국정 농단 사건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고 추징금 35억원을 명령받았다.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과 달리 이미 대법원 상고심 판단을 받은 만큼 재상고심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에선 2018년 11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10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수감 기간이 가장 긴 것도 박 전 대통령(3년 7개월)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7년 12월 특별 사면을 단행하면서 2년 남짓 수감 생활을 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청해 관철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 수사 자체가 중단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와 법원 판단

일각에선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刑)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향후 ‘사면(赦免)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에선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 필요하다”며 청와대와 여당에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승적 사면’을 문 대통령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에서도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지난 5월 퇴임 간담회에서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적기다.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그러나 “문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데 민정수석 때 했던 태도를 보면 아마 못 할 것”이라고 했다.

2015년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 DB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한 분(이명박)은 지금 보석 상태이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아직 한 분(박근혜)은 수감 중이시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아마 누구보다도 저의 전임자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말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나온 당일 사면을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시 지지층의 반발 여론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 회동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