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뉴욕에서 맨해튼의 핼러윈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10월 31일 저녁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6번가를 따라 3㎞가량을 해골·귀신·동물·곤충 등 각종 해괴한 분장을 한 사람들과 거대한 인형들이 행진했다. 자기 개에게 가짜 다리를 넷 달아 거미로 변장시킨 사람도 있었다. 1973년 시작된 이 행사에 분장하고 참가하는 사람만 5만명, 구경꾼은 200만명이 몰린다고 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축제’라고 한다. 그때만 해도 핼러윈 복장(코스튬)을 한 동양인은 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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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은 기독교의 만성절(萬聖節), 천주교의 ‘모든 성인 대축일’인 11월 1일 전야제다. 켈트족의 전통이 영미권의 축제로 발전했다는 게 정설이다. 고대 켈트족은 1년을 여름과 겨울로 나눴는데 새해가 지금의 11월에 시작됐고 그 전날 밤 저승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풀려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날 유령 분장을 하고 술을 마시며 놀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을 받아내는 풍습은 나중에 생겨났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만 해도 코스트코에서나 핼러윈 소품을 살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외국인 영어 강사들이 핼러윈 파티를 시작했고 이것이 점점 퍼져 2010년대 들어선 한국 젊은이들도 괴상한 분장을 하고 파티를 여는 유행이 자리를 잡았다. 매년 핼러윈이면 홍대와 이태원, 강남역 등지를 좀비나 귀신처럼 분장한 남녀가 몰려다니고, 핼러윈 코스튬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는 클럽도 있다.

▶'코스프레'의 원조인 일본은 핼러윈이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광란의 소동이 벌어진다. 재작년에는 도쿄 중심지 시부야에 수십만 명이 몰렸다. 술 취한 사람들이 차량을 뒤집어엎고 물건을 부수는가 하면 성추행도 숱하게 저질렀다. 결국 핼러윈에는 길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는 조례가 생겼다. 핼러윈에 야쿠자들이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여 경찰이 골머리를 썩일 만큼 과열이다.

▶올해 뉴욕에서는 47년 만에 처음으로 핼러윈 퍼레이드가 취소됐다. 대신 TV 채널을 통해 예술가들이 만든 인형과 코스튬을 보여줄 예정이다. 도쿄도 연일 “제발 시부야에 오지 말라”고 호소하면서 임시 화장실과 탈의실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홍대와 강남, 이태원 일대 유명 클럽들도 핼러윈에 자체 휴업을 결정했다. 한 명이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적발되면 당장 영업정지시킨다는 당국의 경고 때문이다. “핼러윈에 유령 분장하고 몰려다니다가 진짜 유령 된다”는 말도 나오는 코로나 핼러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