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고 D-2, 특검 추천 심리위원 평가는?

2021.01.16 13:46 입력 2021.01.16 20:51 수정 이하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선고를 앞두고, 특검측 추천으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 평가한 홍순탁 회계사.
/ 김창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수감 여부를 가를 선고가 오는 18일에 내려진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삼성에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양형 판단에 반영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을 맡고 있는 홍순탁 회계사는 지난해 11월, 특검 추천으로 준법위 활동을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단에 들어갔다. 그는 18개 점검항목 중 16개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재판부 추천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14개에 부정적 평가(1개 평가 누락)를 내렸다. 이 부회장 추천인 김경수 변호사는 10개에 긍정평가를 내렸는데 5개 항목은 평가하지 않았다.

홍 회계사는 ‘원칙’을 강조했다. 위원단 3인은 점검항목을 정한 다음 평가에 나섰고, 그에 맞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 그는 “노동, 시민사회 소통을 강조하는 기사가 계속 나오는데, 이는 점검항목이 아니었다”며 “시험문제가 아니었는데 이걸 잘했다고 점수를 높게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위원단 점검항목의 3분의 2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다.

그는 “특검 추천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었을 거라고 보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요청한 원칙에 맞게 점검했는데 그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준법위 활동은 양형에 감경사유가 되지 않을 것 같고, 돼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홍 회계사를 만났다.

시간도 빠듯하고 여러모로 부담이 컸을 텐데 전문심리위원단에 들어간 이유는 뭔가.

“특검으로부터 대안이 없으니 일단은 들어가달라고 요청을 받았다. 재판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단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삼성 측에서 이미 추천한 사람이 있고 특검에서도 누군가는 추천해 들어가야 했다. 한편으로는 불합리하게 진행된다면 언제든지 사퇴하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사실은 제가 심리과정을 끝까지 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제가 사퇴를 하면 특검이 다음 사람을 추천할 것이라 생각했다.”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것이 가령 어떤 것인가.

“기업의 내부 자료를 보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이 리스트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법에서 무엇 무엇을 점검하라고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니까. 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만약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밀어붙이기식이 되거나 점검해야 할 포인트를 놓치고 점검이 이뤄진다면 사퇴하려고 했다.”

3명 위원단이 결국은 공통보고서를 내지 못했다. 보고서를 발표한 지난해 12월 7일 재판 분위기는 어땠나.

“12월 3일에 보고서가 나왔고 7일 공판에서 위원단이 발표했다. 두 분은 보고서 요약 정도로 말했다. 나는 왜 공통보고서가 아닌 개별보고서가 나왔는지에 대해 언급해야겠다고 생각해 심리 절차를 지킨 보고서가 무엇인지 판단해달라고 추가로 이야기했다. 점검항목에 따라 결론이 나와야지, 점검항목에 없는 내용으로 결론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경수 변호사 보고서에 보면 ‘준법의지 및 준법문화의 상호작용, 관련자들의 준법의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시험을 봤는데 이후에 문제를 바꿔주면 누구나 100점을 받을 수 있다. 점검 대상이 아니었던 준법문화나 경영진의 의지를 이야기하는 건 반칙이다. 재판부가 언급한 미국 연방양형기준은 절차에 관한 것이다. 가령 산재와 관련해 안전장치들을 갖추고 있었다면 사고가 나도 참작해준다는 게 취지다. 전문심리 과정도 마찬가지다. 절차가 중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1월 30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4세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폐기, 시민사회 소통을 높게 평가한다.

“그 부분은 점검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이 부분이 점검항목이었다면 저도 ‘절차를 이행했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점검의 최소 요건은 첫째,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예상되는 리스크를 정리하고 유형화했는지. 둘째, 최고 경영진에게도 절차 적용이 될 수 있는지다. 전체 점검항목 중 이런 틀에 범위에 들어가는 항목이 3분의 2쯤 되는데, 그 부분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12월 21일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 측이 전문심리위원들이 별다른 논의 없이 평가 항목 18개를 정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만 삼는 평가는 불합리하다고 했다.

“제가 점검항목 초안을 만들었고 단체 카카오톡 방에 공유했다. 강일원 전 재판관은 동의했고 김경수 변호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4일 뒤에 현장 점검을 나갔다. 현장에서 그 항목들을 가지고 점검을 했다. 검토·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4일 있었다. 20일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4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제 와서 이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건, 실제 진행과정 전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면담 이야기가 나왔다. 왜 이뤄지지 않았나.

“저는 반대했고 강일원 전 재판관도 애매하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 면담을 하려면 점검항목에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들어가야 한다. 점검항목에 있다면 만났을 것이다. 재판부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최고경영자의 마음이 변해도 지속가능한지 평가하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 부회장의 의지를 확인하는 건 재판부가 말한 지속가능성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봤다.”

준법위가 실효성이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준법위는 문제가 있을 때 권고는 할 수 있으나 그걸 지키지 않았을 때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점에서 실효성 없다고 봤다. 현재 준법위에 7개 회사가 들어와 있는데, 이들 회사가 ‘나 안 할래’ 서면으로 통보하면 끝이다. 준법위가 이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에 최소한만 점검했는데도 거의 돼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긍정 평가를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부회장 측에서 준법위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애초에 요구한 건 준법제도 일반이다. 대안이 여러개 있을 수 있다. 상법상 기구인 이사회나 감사기구에 제3자가 들어가거나 준법지원인 권한을 강화하는 등이다. 그런데 법적 근거가 없는 비상설기구인 준법위를 선택한 건 삼성이다. 점검 과정에서 ‘이거 실효성이 없는데 너희 선택이 잘못된 거 아니야?’라고 물어본 것인데 ‘더 이상의 권한 부여는 법 위반이니까 못해요’라고 답하는 건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선택 자체의 하자를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준법위 활동이 양형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재판에 반영돼야 하는 건 전문 심리 결과다. 이 결과에 따르면 양형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 최근 ‘준법위는 없어지지 않는다’,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을 다 보완하겠다’ 이런 언론보도가 나온다. 위원단 평가는 이미 끝났다. 이후에 무슨 말이 나오든지간에 재판에 반영된다면 절차를 다 무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재판부가 지난해 12월 21일, 과거 삼성 총수 일가가 위법 행위로 처벌받거나 기소된 사건 8개에 대해 법적 위험 평가와 재발 방지 수단이 마련돼 있는지 설명하라고 했다.

“재판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재판부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행위를 대비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위원단 보고서에 그런 내용은 없으니 요구한 것이라고 본다. 만약 김경수 변호사 주장을 따라갔으면 경영진의 의지나 삼성의 준법문화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재판부에 조금은 기대는 하고 있다.”

지난달에 강일원 전 재판관 판단이 긍정적이었다는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면서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어떻게 봤나.

“삼성물산 합병 검찰 공소장에 위법한 홍보비 지출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번에 위원단도 그 부분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사실과 다른 기사들이 쏟아져나온다. 점검항목 자체가 틀리게 나갔고, 알고 보니 그 출처가 삼성의 설명자료다. 삼성이 정말로 준법경영을 하겠다면 그 잘못된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신청이라도 해야 한다. 준법위가 효과적인 조직이라면 이런 상황에 대해 안테나를 세우고 봐야 한다.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 기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조치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준법위와 삼성에 묻고 싶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