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여성 장관을 찾기 어려워 임혜숙 후보자 대신 박준영 후보자를 낙마시킨다 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박준영 해양수산부·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취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강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를 보도한 기사를 공유했다. 강 의원은 같은 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세 후보자에 대해 “모두 같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시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임 후보자에 대해 “저희가 여성 장관 찾기가 많이 어렵다. 그런 부분에서 좀 지켰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며 “노 후보자는 국토부가 중요한데 업무 공백이 크다. 정치인이라면 야당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관료 출신이다. 정치적 의미보다 지금까지 일을 잘 처리하라는 수준의 임명이니 이런 것들을 양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 후보자는 위장 전입·논문 표절·가족 동반 해외출장, 노 후보자는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재테크 및 위장 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강 의원은 박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질타를 받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백이면 백 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부분에 안타까움이 있다. 남은 기간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에 대해선 배우자의 고가 도자기 밀수 및 불법 판매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강 의원의 발언을 두고 “낙마할당제냐”며 “박준영 후보자의 명예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임 후보자는 능력이나 도덕성이 아니라 ‘여자라서 살았다’ 장관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성할당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문재인 정부의 내각 30% 여성할당제에 의해 우리가 최고의 장관들을 임명하지 못했던 것은 자명하다”면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예시로 들어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소한 임혜숙, 박준영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따라서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된다”며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위 두분의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날 취임 4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한다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주기 자리가 되고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로는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며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여당 지도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뉴시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 “1주일쯤 고민의 시간을 거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그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야당이 뭐라 하든 갈 길을 가겠다는 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10일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홍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 국민의힘이 여당 시절에 했던 얘기를 돌아보면 서로 거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통령 입장에선 현행 제도에서 좋은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보니, 종합적으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가능성에 대해선 “여론이나 논의 추이를 청와대에서 지켜볼 것”이라며 “(청와대가)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면 1주일 정도는 고민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