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북 지역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연설을 마치고 나가고 있다. 이 지사는 전북 경선에서 54.5% 득표율을 얻었고, 이 전 대표는 38.4%로 2위를 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호남 지역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1승 1패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이 지사를 압도하지 못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25일 광주·전남 경선에서 이 지사에게 근소한 차이로 이겼지만, 26일 전북 경선에서는 다시 적지 않은 표 차이로 졌다. 이 지사는 지금까지 누적 득표율 53%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굳혀가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남은 수도권 경선 등에서 대역전극을 펼치지 못한다면 결선 투표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후보 5명 중 최하위를 기록한 김두관 후보는 이날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지사는 26일 전북 경선에서 54.5%를 얻어 압승했다. 2위인 이 전 대표는 38.4%에 그쳤다.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5.21%, 박용진 의원 1.25%, 김두관 의원 0.51% 순이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고향인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서는 47.12%를 득표하며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2위로 46.95%를 얻었으나,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는 0.17%포인트(122표)에 그쳤다.

2021년 9월 26일 이재명 후보가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전북경선 겸 합동연설회에서 압승을 거두고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김영근 기자

이 지사는 이날 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압도적 경선 승리로 내부 균열을 최소화하고 본선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호남의 집단 지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지사는 “전남·광주·전북을 합한 호남 지역 전체에서 기대 이상으로 많이 승리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사는 전날 2위를 했을 때도 “광주·전남이 이낙연 후보의 정치적 본거지이기 때문에 저희가 상당히 불리할 거라 예측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이날 “지지해준 전북 도민들께 감사드린다. 지지해주지 않은 분들의 뜻도 새기겠다”며 “제가 가진 진정한 마음을 더 알려드리고 지지를 호소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전북합동연설회에서 “어제 광주·전남에서 처음으로 이겼다”며 “표 차는 크지 않지만, 의미는 크다. 큰 변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호남 경선에서도 ‘대장동 개발 의혹’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이 전 대표는 전북 경선에서 “대장동 비리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끝까지 파헤쳐 누구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이 지사를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반칙과 특권 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깨끗하고 당당한 후보라야 이길 수 있다”며 “흠 많은 후보, 불안한 후보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라고도 했다.

이 지사는 자신을 겨냥한 의혹 제기에 반박하면서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했다. 이 지사는 “정신 차려라. 자기들이 도둑질을 해놓고 도둑질을 못 막았다고 비난하면 되느냐. 이런 후안무치를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또 “가짜뉴스, 견강부회, 적반하장으로는 세상의 민심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이 지사 측은 “상대 측의 공세에도 광주·전남에서 0.17%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며 “경선을 거듭할수록 국민도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광주·전남 1위를 발판 삼아 ‘뒤집기’를 노리는 반면, 이 지사 측은 대장동 의혹 등 악재를 야권으로 돌리면서 ‘굳히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제주에 이어 부산·울산·경남(10월 2일), 인천(10월 3일·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경기(10월 9일), 서울(10월 10일·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등의 경선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49만명이 참여하는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와 33만명이 포진한 수도권 경선 등에서 향후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내달 10일 서울 경선에서 누적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 결선투표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