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8일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前) 정부 당시 정권 인사를 겨냥한 수사에 참여했다가 좌천됐던 검사들을 요직에 임명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가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대검 차장·서울고검장, 주요 지검장 인사에서 ‘포인트’를 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뉴시스

◇중앙지검, ‘조국 수사’ 특수 라인 부활

대표적인 인사는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다. 수원고검 검사였던 그는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차장일 때 특수2부장으로 일했다. 한 장관이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일 때 송 검사는 중앙지검 3차장이었는데, 이 때 두 사람이 ‘조국 수사’를 진두 지휘했다. 이후 그는 여주지청장, 수원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송 지검장과 ‘특별 수사’로 호흡을 맞추게 될 중앙지검 4차장엔 고형곤 포항지청장(31기)이 임명됐다. 4차장은 중앙지검 특별 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부 등을 지휘한다. 4차장 산하엔 ‘대장동 사건’ 등이 있다. 고 차장은 ‘조국 수사’ 당시 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서 조국 수사의 ‘주포(主砲)’ 역할을 했다. 한 장관-송 지검장-고 차장으로 이어지는 ‘조국 수사’ 라인의 부활인 것이다.

이 외에 박기동 원주지청장(30기)은 중앙지검 3차장으로 갔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을 지내며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 당시 검찰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최근엔 대통령직 인수위에 파견을 가기도 했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중경단 부장(31기)은 중앙지검 2차장이 됐다. 그는 대검 형사1과장을 지냈고, ‘채널A 사건’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한 인물이다.

신자용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연합뉴스

◇검찰국, ‘한동훈 3차장 산하 특수부장’들로

법무부 검찰국은 ‘최순실 게이트’ 특검, ‘한동훈 3차장’ 산하 특수부장 라인이다. 신자용 검찰국장(28기), 김창진 검찰과장(31기)이 임명됐다.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장관과 함께 있었다.

서울고검 송무부장이었던 신자용 국장은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한 장관이 3차장일 때 특수1부장이었고, 이후 중앙지검 1차장 등을 지냈다. 진주지청장이었던 김창진 과장은 한 장관이 3차장일 때 특수4부장이었고, 최근엔 한 장관 인사청문준비단의 신상팀장을 맡았다. 주요 보직 중 하나인 검찰과장은 원래 부장급 자리지만, 차장급인 김 과장을 이 자리에 임명한 것은 ‘검찰 인사 정상화’를 위한 한 장관의 포석이란 말이 나왔다.

이원석 신임 대검 차장과 김후곤 신임 서울고검장/뉴시스, 뉴스1

◇총장 후보군 대검 차장 이원석, 서울고검장 김후곤

고검장 승진 인사도 눈에 띈다. 한 장관의 연수원 27기 동기이면서 한 장관과 함께 27기 검사 중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분류된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이번에 대검 차장이 됐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당분간 총장 직무 대행을 하며 검찰 조직을 지휘한다.

이 지검장은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핵심 참모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일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당시 여당(현 야당)인 민주당에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주요 업무를 했다. 이후 이 지검장은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수원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선 언론에 반대 기고문을 내는 등 역할을 했다.

서울고검장엔 김후곤 대구지검장(25기)이 임명됐다. 김 고검장은 특별 수사 검사 출신이며,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중 가장 활발하게 검찰 입장을 대변하고 외부에 홍보했다.

대검 차장과 서울고검장은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자리다. 두 사람이 공석인 총장 후보에 이름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석조 신임 서울남부지검장과 홍승욱 신임 수원지검장/조선일보DB

◇증권범죄합수단·이재명 사건 지휘 지검장들, ‘윤석열 측근’

수도권 지검장에도 좌천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해 임명됐다. ‘특수통’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29기)은 서울남부지검장이 됐다. 한 장관의 ‘1호 지시’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재출범인데, 합수단을 맡는 곳이 남부지검이다. 그 역시 한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일 때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서 ‘조국 수사’를 함께 했다. 양 지검장은 2020년에 친(親) 문재인 정권 검사인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 ‘조국 무혐의’를 주장하자, 장례식장에서 “당신이 검사냐”며 따진 일로도 유명하다.

수원지검장은 홍승욱 서울고검 검사(28기)가 임명됐다. ‘기획통’인 홍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일 때 여주지청 부장으로 일했고,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매우 아꼈던 후배라고 한다. 수원지검 관할엔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사건이 많이 있다. 법무부가 이 전 후보 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서울서부지검장엔 한석리 법무연수원 총괄교수(28기)가 갔다. 한 지검장은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 형사4부장을 지냈고, 이후 4차장으로 임명됐다.

권순정 신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김유철 신임 대검 공공수사부장/연합뉴스, 조선일보DB

◇좌천된 검사들 대거 요직에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각각 대검 대변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했던 권순정 부산 서부지청장(29기)과 김유철 부산고검 검사(29기)는 각각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임명됐다. 역시 검사장 승진 인사다.

권 실장은 예세민 현 대검 기획조정부장(28기)과 함께 한 장관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검찰 내 ‘기획통’인 권 실장은 한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공보팀장을 맡기도 했다. 김 부장은 29기에서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불린다. 특히 선거 사건 수사에 뛰어난 전문성을 보인다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다.

이 외에 문재인 정부 검찰 정책에 자주 비판의 글을 올렸던 정희도 서울동부지검 중경단 부장(31기)은 대검 감찰 1과장, ‘최순실 특검’ 출신에 울산지검 특수부장 시절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 측근에 대한 경찰 기소 의견에 대해 99쪽짜리 장문의 불기소 결정문을 썼던 배문기 인천지검 형사1부장(32기)은 감찰 3과장으로 갔다. 신동원 대검 형사3과장(33기)은 법무부 대변인, 김도완 부산 서부지청 차장(31기)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