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 대한 보험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리며 금융당국이 실태파악에 나섰다./그래픽=뉴스1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리며 금융당국이 실태파악에 나섰다./그래픽=뉴스1
#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화물차 운전기사 A씨는 친동생에게 지난 2012년 보험설계사를 소개 받았다. 사회 연령 10세 수준인 A씨는 그 때부터 이 설계사를 통해 1억5000만원 수준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고 한 달에 평균 230만원의 보험료를 월급에서 지출해야 했다.  

A씨가 가입한 보험은 암보험에 입원비, 간병보험, 종신보험은 물론 치아, 당뇨 보험 등에 가입했고 중복되는 보험마저 있었다. A씨는 동생을 통해 해당 보험사에 자신의 상태와 가입 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당신이 서명도 하고 콜센터에 답을 하지 않았느냐”며 불완전 판매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어마어마한 보험료를 내기 위해 수천만원 대출을 받아야 했고 전세금도 일부 빼야 했다고 한다.  

최근 지적 장애인들을 상대로 보험 수십 건을 판매한 법인보험대리점(GA)을 대상으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도 과다·중복 판매 실태 파악에 나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까지 각 보험사로부터 인수 심사 중 장애인 관련 내규 유무, 과다·중복 가입 방지 내규, 불완전 판매 예방 내규에 관한 자료를 전달 받았다. 

지적 장애인 모녀 등에게 보험 수십 건을 판매한 법인보험대리점 C사와 소속 보험설계사를 통한 판매 내역도 각사에 요구했다. 


앞서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 내용을 보면 국내 한 법인보험대리점은 생활고를 겪는 피해자들에게 수십 개 보험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면허가 없는데도 운전자보험을 여러 건을 판매하는 등 불필요한 보험 가입도 있었다.

보험사는 가입 계약을 체결하기 전 신용정보원을 통해 가입자의 타사 가입 이력을 조회하고 이를 계약 심사(인수 심사)에 활용한다. 단기간에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험에 가입하려 할 경우 보험사기 가능성 등으로 가입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최근 장애인 피해 사례를 보면 인수 심사에서 이러한 부적절한 판매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이번 수사를 시작으로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과다·중복 판매, 불완전 판매를 막는 방안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