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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외침 50년 됐지만… 직장인 38% “근로기준법이 뭐예요”

입력 : 2020-11-13 06:00:00 수정 : 2020-11-13 02: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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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태일 50주기’
10명 중 7명 “배워본 적 없어”
임금수준 따라 인식 정도 큰 차
영세사업장선 ‘사각지대’ 여전
근로계약서 작성 거부 다반사
전문가들 “법과 현실 간극 여전
노동법 기본소양으로 가르쳐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전태일 3법' 입법을 촉구하는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헤어디자이너 A씨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월급 220만원을 준다는 글을 보고 지원, 계약서를 쓰고 일했다. 주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장 청소와 홍보를 마다하지 않고 일했고, 식비가 나오지 않아 도시락까지 싸들고 다닌 그가 월급날 받은 돈은 100만원이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고용노동부에 진정서까지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가 작성한 계약서는 알고 보니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였다.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지 50년이 되는 날이지만, 여전히 A씨처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전태일들이 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을 잘 알지 못해서, 혹은 알고 있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신음하고 있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38.9%)은 근로기준법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고용형태와 임금수준 등에 따라 근로기준법 인식 정도는 크게 차이가 났다. 정규직의 66%, 월 500만원 이상을 받는 직장인 72.5%가 근로기준법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같은 응답이 비정규직은 53.8%, 월 150만원 미만 소득자는 49.2%에 그쳤다. 또 전체 직장인 10명 중 7명(68.6%)이 학교나 직장에서 근로기준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많은 저임금 직장인들이 근로기준법을 모르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영세사업장 등 법 준수를 요구하기 힘든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5인 미만 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지수(30·가명)씨는 “아르바이트생이나 계약직이 들어와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면 당연한 일인데도 사장은 ‘이상한 애’ 취급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규직으로 들어와 처음에는 계약서를 썼고, 이후 근로조건 변경에 따라 다시 계약서를 썼는데 사본을 받지 못해 지금 계약조건을 잘 모르겠다”면서 “사장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근로기준법 11조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 직원은 해고·휴업수당·노동시간·가산수당·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 조항도 적용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기본적인 근로기준법 내용은 물론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알게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의 외침이 있은 지 50년이 지났지만 법과 현실의 간극은 여전하다”며 “사용자가 노동교육을 받거나 이용자가 노동법을 준수하는 것이 시혜가 아니라 기본적인 의무사항임을 알게 하기 위한 근로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과 독일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노동자의 권리의식을 키우는 노동법 교육을 기본소양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정웅 알바노조 위원장은 “운전면허를 따려면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사업자등록증을 받으려면 노동인권·회계·세금 교육 등을 받게 해 사용자가 노동법을 알고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여전히 노동법 밖에 있는 이 시대의 전태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조항 대폭 손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고용노동부 장관 부총리 승격 및 근로감독청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지혜·이종민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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