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78> ‘갱신’이 내 뜻이다

입력 : 2020-10-28 18: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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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기아자동차, 4세대 카니발 국내 사전계약 기록갱신〉

〈日 도쿄 코로나 신규 확진자 293명..또 ‘사상 최대’ 기록 갱신〉

〈‘빛나는’ 金값, 멈추지 않는 고공행진…9년 만에 기록 갱신 〉

‘갱신’으로 뉴스를 검색해 찾은 제목들인데, 모두 틀렸다. 갱신은 저럴 때 쓰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갱신(更新): ①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 =경신.(자기 갱신./환경 갱신./동맹 갱신./단체 협상 갱신이 무산되었다.) ②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 계약으로 기간을 연장하는 명시적 갱신과 계약 없이도 인정되는 묵시적 갱신이 있다.…(계약 갱신./비자 갱신./어업권의 갱신./면허 갱신을 거부하다./여권 갱신을 받다.) ③기존의 내용을 변동된 사실에 따라 변경·추가·삭제하는 일.(시스템의 갱신.)

이 뜻풀이에서 주목해야 할 표현은 ‘고쳐 새롭게 함, 연장하는, 변경·추가·삭제하는’이다. 즉, 누군가가 의지를 갖고 행동에 옮긴다는 얘기. 그런데 저 ‘카니발 사전계약, 코로나 신규 확진, 금값 고공행진’은, 하다 보니 저렇게 된 것일 뿐이다. 이처럼 의지·의도가 없었을 때는 ‘경신’을 써야 한다. 표준사전을 보자.

*경신(更新): ①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 ≒갱신.(종묘 개량 경신./노사 간에 단체 협상 경신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그의 이론은 논리학과 철학에 경신을 일으켰다.) ②기록경기 따위에서, 종전의 기록을 깨뜨림.(마라톤 세계 기록 경신.) ③어떤 분야의 종전 최고치나 최저치를 깨뜨림.(무더위로 최대 전력 수요 경신이 계속되고 있다./주가가 반등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치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갱신’과 같은 뜻인 ①을 제외하면, 남게 되는 ②와 ③이 바로 ‘하다 보니 일어난 일’을 가리키는 뜻풀이다. 마라톤이나 멀리뛰기 신기록은, 목표와 의도를 갖고 열심히 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냐는 생각은,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운동 경기에 나서는 모든 사람이 저런 생각을 갖지도 않을뿐더러, 경기 때마다 신기록이 나오지도 않는다. 생각하고 노력한다고 항상 나타나는 결과가 아닌 것.

‘묘하게도 갱신(更新)이나 경신(更新)이나 한자가 똑같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저 ‘更’은 ‘다시’라는 뜻일 때는 ‘갱’으로 읽고, ‘바뀌다, 고치다’로 해석할 때는 ‘경’으로 읽는다는 걸 새겨 두실 것.

자, 그러니 이제 다시는 ‘공인인증서 갱신, 전력 수요 경신, 전세 계약 갱신, 무역수지 흑자 기록 경신, 운전면허 갱신, 보험 계약 갱신, 장대높이뛰기 세계 기록 경신’으로 쓰는 게 헷갈리거나 의문스럽지는 않으실 터.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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