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통과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만13세 이상도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탈 수 있게 된 10일 서울 시내에 공유 전동 킥보드들이 주차돼 있다. 2020.12.10.
▲ 지난 5월 통과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만13세 이상도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탈 수 있게 된 10일 서울 시내에 공유 전동 킥보드들이 주차돼 있다. 2020.12.10.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지난해 말 이용 연령 제한 하향과 면허 보유 요건 등으로 풀린 전동킥보드 규제가 다음 달 다시 조여진다. 앞서 연령 제한 하향 등 상당폭 완화됐던 규제가 다시 재강화되는 거라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9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 자격 및 안전 규정 강화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오는 5월 13일부터 시행된다. PM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1인용 교통 수단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최고속도 25km/h 미만, 총중량 30kg 미만인 것을 가리킨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할 수 있는 제2종 원동기장치차전거(원동기) 이상 면허 보유자만 전동킥보드 운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무면허로 전동킥보드에 올라탔다간 2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내야한다.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경우 보호자를 처벌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또 △동승자 탑승 △안전모 미착용 △등화장치 작동 등 운전자 주의 의무를 불이행하면 2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경찰청은 올해 말 시행을 목표로 필기시험과 안전교육에 중점을 둔 ‘PM 전용 면허’ 신설도 추진 충이다.
 

오락가락 입법에 생긴 5개월의 ‘규제 공백’

현재까지는 전동킥보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도로교통법이 적용 중이다. 지난 20대 국회 때 통과돼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전동킥보드 이용 연령 제한을 만 13세 이상까지 끌어내렸고, 원동기 이상 면허 소지 요건도 없앴다. 또 안전모(헬멧) 미착용시 부과했던 과태료 조항도 삭제했다. 사실상 ‘제로 규제’다.
 
현재의 도로교통법은 시행 전부터 논란을 불렀다. 국민들의 이동 편의 증대, 산업 활성화가 법 개정의 목적이었다는 국회의 설명과는 반대로 보행자와 운전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회는 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9일 도로교통법 재(再)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지금의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12월 10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될 오는 5월 13일까지 5개월의 규제 공백이 생겼다는 점이다. 보통 법이 통과돼도 하위 법령 개정 등을 거쳐 4~5개월 뒤 시행되기 때문이다. 국회의 ‘손바닥 뒤집기’식 입법이 현장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지난 5월 통과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만13세 이상은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탈 수 있게 된 10일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고 있다.2020.12.10.
▲ 지난 5월 통과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만13세 이상은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탈 수 있게 된 10일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고 있다.2020.12.10.

규제 강화로 안전 문제 해결될까?···‘글쎄’

앞선 전동킥보드 규제 완화가 도마 위에 오른 건 시민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7건이었던 PM 사고 건수는 2018년 225건으로 증가하더니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까지 폭증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PM 관련 민원 건수는 2018년 511건에서 지난해 4761건으로 9.3배 증가했다.
 
다음 달부터 연령 제한을 상향하고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 전동킥보드 규제가 다시 강화되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붙는다. 범칙금 규모를 키우고 일부 조항을 신설했을 뿐 과거 제도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동킥보드의 가장 큰 문제는 ‘인도 주행’이다. 전동킥보드는 자전거 도로나 차도 우측 가장자리로 달리게 돼 있다. 인도 주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대다수 운전자들이 보행자들과 뒤섞여 아슬아슬한 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운전자들도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 전동킥보드를 주행할 만큼 자전거 도로가 깔리지 않은 곳이 많은 데다, 울퉁불퉁한 차도 가장자리로 달릴 경우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다.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운전자가 서있어 무게중심이 높기 때문에 사고에 더 취약하다.
 
한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자전거 도로가 있으면 거기로 주행하지만 거의 대부분 인도로 달리게 되는 것 같다”며 “보행자들과 부딪힐 뻔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렇다고 차도로 달리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단속이 쉽지도 않다. 빠르게 이동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잡아내기엔 단속 인력 자체가 부족하고, 단속을 해도 “왜 나만 잡냐”며 형평성을 문제 삼는 운전자와 마찰을 겪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내에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는 3만5800대 수준으로 현재는 4만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잠재적 단속 대상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비해 계도 및 단속 활동을 늘려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규제를 완화한 다음 날 11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동 한 대학가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승차 정원을 초과한 채 차도를 주행하고 있다.2020.12.13.
▲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규제를 완화한 다음 날 11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동 한 대학가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승차 정원을 초과한 채 차도를 주행하고 있다.2020.12.13.
 

“최소한 ‘속도 제한’이라도”···전동킥보드 인식 제고도 과제

당장 자전거 도로를 늘리기 힘들다면 최소한 전동킥보드의 ‘속도 제한’을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전동킥보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최고속도를 시속 10km 수준으로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거리의 무법자’로 전락한 전동킥보드 인식 제고도 과제다. 경찰의 철저한 단속과 함께 정부·지방자치단체·업계가 선제적으로 홍보에 나서 안전 운행과 질서 있는 주차를 유도해야 한다. 물론 이용자 스스로 안전 장비나 운행 조건 등 정확한 이용법을 숙지하는 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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