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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대 중고차 사도 될까?…가격대별 폭탄 피하는 방법은

최기성 기자
입력 : 
2021-05-02 06:00:02
수정 : 
2021-05-03 07: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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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높은 100만원 미만 차도 많아
생애첫차·세컨드카로 1~2년 타기 적당
가장 많이 책정하는 구입예산 500만원
구입가격 낮을수록 세금 보험료도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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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이나 스마트폰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중고차도 많다. [사진 제공=엔카닷컴, 케이카]
[세상만車] #새내기 직장인 김상호 씨(28·가명)는 '장롱면허'다. 대학생 때 운전면허를 땄지만 실제 운전한 경험은 적다. 그는 자신에게 주는 취업 선물로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기아 셀토스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미숙한 운전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나 차량 가치가 떨어지고 보험료도 오를까 걱정됐다. 운전 연습을 위해 대여료가 저렴한 카셰어링(공유차 서비스)을 이용하려다 포기했다.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났을 뿐인데 업체가 면책금, 휴차료 등으로 100만원 이상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를 본 뒤 자칫 배보다 배꼽이 커지겠다는 두려움이 생겨서다.

김씨는 대신 자동차를 잘 아는 친구 추천으로 지난 2월 2009년식 르노삼성 SM5를 90만원에 샀다. 범퍼와 도어를 교환했지만 다른 곳은 멀쩡했고 외관도 비교적 깨끗했다. 두 달 정도 타 보니 차량 상태가 괜찮아 당초 1년간만 운전연습용으로 사용하려다 2~3년 더 타기로 결정했다. 비싼 할부금을 내면서 새 차를 사는 대신 3년간 적금을 부어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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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 목록 2호다. 사회초년생이 선호하는 국산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을 사려면 2000만원은 예사로 들어간다. 국산 중형 세단을 구입하려면 3000만원은 필요하다. 신차 중 가장 저렴한 경차를 구입할 때도 1000만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고차는 1000만원으로 경차보다 더 크고 비싼 준중형차나 중형차를 살 수 있다. 3000만원이면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프리미엄 수입차도 구입할 수 있다. 세금과 보험료 부담도 신차보다 작다.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500만원 이하 차량도 많다.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있다. 더 나아가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보다 저렴한 100만원 이하 중고차도 많다.

대부분 연식이 오래되고 크고 작은 사고로 교환 부위가 많지만 생애 첫 차로 쓰기에는 충분한 중고차도 의외로 많다.

국내 최대 자동차 거래플랫폼인 엔카닷컴(옛 SK엔카)에는 4월 29일 현재 100만원 이하 중고차가 93대 있다. 주로 기아 모닝, 쉐보레 마티즈, 르노삼성 SM5와 SM7, 현대 그랜저 XG 등이 매물로 나왔다.

가격을 300만원으로 올리면 5523대가 있다. 이 중 엔카 보증이나 진단 서비스를 받아 상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매물은 890대다. 차종도 다양하다. 2003~2011년에 출시된 국산 차종 대부분이 있다.

직영 중고차 기업인 케이카(K car)와 엔카닷컴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고차 구매자들이 예산으로 많이 책정하는 300만원, 500만원, 800만원, 1500만원, 2000만원 이하 차량 선택법과 주의 사항을 알아본다. 아울러 '부담'이 작은 생애 첫 차로 손색없는 100만원 안팎 중고차의 매력도 소개한다.


100만원 이하-운전연습용으로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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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카 중고차 점검 장면 [사진 제공=엔카닷컴]
주로 초보 운전자들이 더 좋은 차를 구입하기 전 운전 연습용으로 6개월~1년 정도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다. 초보 운전자 시절에는 흠집이 나거나 찌그러져도 부담이 작은 차가 좋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이 작고 세금도, 자동차보험료도 적다. 자기차량손해담보에 가입하지 않으면 보험료 40%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출고된 지 12년 이상 된 중고차가 많아 겉모습이 그다지 깨끗하지 못하고 사고 경력도 비교적 많다. 이윤이 적기 때문에 판매자인 딜러가 흠집 제거나 광택 등 상품화를 하지 않은 채 내놓기도 한다.

차를 고를 때는 겉모습보다는 차체 결함이나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낫다. 구입비 외에 따로 비용을 마련해 타이어, 오일류, 브레이크 부분 등을 점검한다. 가격이 저렴한 중고 부품을 이용해 수리하는 것도 괜찮다.

초보 운전자라면 유지비와 수리비가 적게 들고 운전도 편한 경차, 소형차, 준준형차를 선택하면 좋다. 1~2년 사용한 뒤 폐차하더라도 30만~40만원은 받을 수 있다. 중고차 수출 업체에 판매하면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엔카닷컴에서는 기아 모닝 2009년식이 98만원, 르노삼성 SM5 2009년식이 99만원, 현대 그랜저 2004년식이 9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100만~300만원, 2~3년 뒤 팔아도 손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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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카 진단 장면 [사진 제공=엔카닷컴]
생애 첫 차 운전자나 세컨드카 구매자가 2~3년 정도 운행하기 위해 사는 경우가 많다. 엔카닷컴에는 2008~2011년에 출시된 기아 모닝, 쉐보레 마티즈 등 경차가 매물로 많이 나왔다. 아이 등하교용, 마트 장보기용 등 세컨드카로 사용한 차량은 주행거리가 짧은 편이다. 1000㏄ 미만 경차는 이전등록비도 4000~4500원가량으로 저렴하다.

연식이 오래된 차는 이미 감가가 많이 된 상태다. 몇 년 더 운행하더라도 가격 하락폭이 적다.

큰 사고가 없다면 2~3년 뒤 되팔 때 반값 이상 받을 수 있다. 200만원에 샀다면 적어도 100만원에는 팔 수 있다.

케이카에는 접촉 사고 이력이 있지만 주행거리가 6만㎞ 정도에 불과한 기아 모닝 2009년식이 280만원 나왔다. 주행거리가 9만8000㎞로 연식에 비해 짧은 르노삼성 SM5 2007년식도 280만원이다.




300만~500만원, 50만원 추가 투자하면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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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 중고차 점검 [사진 제공=케이카]
출시된 지 10년 이내이면서 상태가 좋은 준중형차나 중형차까지 살 수 있다. 엔카닷컴에서는 2012~2013년식 르노삼성 SM3, 2011년식 SM5, 기아 모닝 2014년식이 300만~400만원대에 판매된다.나온 지 12~13년된 현대 그랜저, 15년 된 기아 오피러스도 있다. 30만~50만원 정도 저렴한 차를 산 뒤 아낀 비용으로 광택을 하고 미심쩍은 소모품도 교체하면 가성비를 더 높일 수 있다. 겉모습은 물론 성능도 더 향상할 수 있어서다. 3년 정도는 안심하고 탈 수 있다.

다만, 대형차는 유지비나 수리비가 비싸기 때문에 차량 상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케이카에는 주행거리가 4만km 수준에 불과한 쉐보레 스파크 2012년식이 390만원에 나왔다. 주행거리가 7만㎞인 쉐보레 크루즈 2012년식은 480만원, 주행거리 8만6000㎞인 현대 그랜저 2009년식은 490만원이다.




500만~800만원, 실내 안전·편의사양 철저히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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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높은 기아 레이 출시 행사[사진 제공=기아]
생애 첫 차 구매자나 세컨드카 구매자들이 가장 많이 책정하는 가격대다. 연식과 주행거리가 모두 짧은 신차급 경차를 살 수 있다. 5년 10만㎞ 미만인 준중형차도 구입할 수 있다. 출고된 지 5~7년 정도 됐고 주행거리가 10만㎞ 안팎인 중고차를 산다면 소모품 교환과 점검만 해도 5년 이상 별다른 문제없이 탈 수 있다.

경차는 1년 뒤 팔아도 가치가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기아 모닝 2015년식의 4월 시세는 519만원, 1년 뒤 예상 시세는 493만원이다. 1년 동안 떨어진 가치는 26만원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현대 싼타페 2018년식은 4월 시세 2022만원, 예상 시세 1880만원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높은 SUV이지만 1년간 142만원 떨어졌다. 비인기 차종의 가치는 더 하락한다.

이 가격대 중고차를 살 때는 실내 안전·편의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어떤 부품이 교체됐는지 파악해야 한다. 타이어 마모 상태도 살펴봐야 한다.

엔카닷컴에는 기아 레이 2014년식, 기아 K3 2013년식이 500만~700만원대에 자주 나온다.

케이카에는 주행거리가 3만5000㎞로 짧은 쉐보레 스파크 2018년식이 770만원, 6만㎞인 쉐보레 크루즈 2016년식과 9만5000㎞인 르노삼성 SM3 2017년식이 각각 790만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800만~1000만원, 소모품 교체하면 신차 버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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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구입 비용을 아끼고 그 비용만큼 소모품만 갈아주면 가성비가 올라간다.[사진 출처=매경DB]
경차는 출고된 지 1~2년, 소형차는 3~5년, 준중형차는 4~6년, 준중형 SUV와 중형차는 6~9년된 것을 구입할 수 있다.

국산 준중형·중형 세단 기준으로 평균 감가율은 출고된 지 3년이 지나면 평균 30% 수준이다. 5년이면 45%, 10년이면 70% 정도다. 차급이 커질수록 감가율도 높아진다. 다만 해당 감가율은 평균치일 뿐 모델, 색상, 주행거리, 사고 유무 등에 따라 달라진다.

경차와 소형차는 연식이 짧고 내외관 상태가 좋은 편이다. 출고된 지 6년 이상된 차를 살 때는 정비 업체에서 전체 상태를 점검한다. 50만원 정도 들여 미심쩍은 소모품을 교체해주면 더 좋다.

케이카에서는 기아 스포티지R 2015년식이 910만원, 현대 투싼ix 2013년식이 970만원, 쌍용 뉴코란도C 2015년식이 950만원에 거래된다.




1000만~1500만원, 품질보증 중고차업체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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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 중고차 진단 장면 [사진 제공=케이카]
출고된 지 5년 안팎인 중형 세단이나 준중형 SUV, 6~8년 된 준대형차나 중형 SUV를 구매할 수 있다. 엔카닷컴에서는 르노삼성 SM6 2017년식, 현대 그랜저 2014년식, 쌍용 티볼리 2017년식, 현대 싼타페 2013년식이 1000만~14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신차급 경차의 경우 취득세는 4%로 최대 50만원까지 세금이 면제된다. 또 1370만원 이하 가격까지는 취득세가 0원이다. 신차급 경차를 살 때 가격대를 잘 맞추면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1000만원 이상 구입 예산을 잡을 때는 할부금융 대신 현금 완납이나 은행권 자동차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게 낫다. 중고차 할부 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신차 할부금리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간혹 대형 사고, 사기, 침수 등 문제로 흘러들어온 신차급 중고차도 이 가격대에 나온다. 급매물이어서 싸게 판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차 상태를 중고차 진단 업체를 통해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 가능하면 품질보증을 해주는 중고차업체를 이용하는 게 낫다.

케이카에서는 현대 쏘나타 2016년식이 1350만원, 르노삼성 SM6 2016년식이 1470만원, 쉐보레 말리부 2017년식이 1430만원, 기아 스토닉 2017년식이 1270만원에 판매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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