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에 난폭 운전까지…배달 오토바이, 이대로 괜찮나

전문가 "제도 변화"·"이륜차 규제"·"전면 번호판 부착" 등 제언

인터넷입력 :2021/09/26 08:30    수정: 2021/09/27 08:40

#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배(30)씨는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근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느 날 창문을 열고, 항의하려 했다. 배달원(라이더)이었다. 처음엔 ‘과중한 배달 업무 때문’이겠거니 넘기려 했다. 소음은 이어졌다. 배씨는 민원을 접수할 예정이다.

# 경기 부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백(30)씨는 며칠 전 퇴근길 아찔한 일을 겪었다. 우회전하려던 찰나에 불쑥 배달 오토바이가 백씨 앞을 지나갔던 것. 하마터면 큰 사고로 번질 뻔했다. 경기 성남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강(56)씨에겐 이런 일은 부지기수. 강씨는 “신속 배달도 좋지만, 교통법규를 준수했으면”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주문량이 늘고 자연스레 라이더 숫자도 증가하면서 이처럼, 소음과 난폭 운전 등 배달 이륜차를 둘러싼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배달업계는 배달원 안전 교육 등 사고 방지를 위해 나섰지만, 일각에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뉴스1, 지디넷코리아)

지난해 소음 관련 민원 전년比 50% 이상 ↑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수 배달대행업체 1~6월 배달건수는 9천만~1억건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배달건수(약 1억5천만건) 대비 70%가량 수치를 나타낸 것.

국토교통부 이륜차 등록대수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오토바이 대수는 약 229만대로 전년 대비 5만대 이상 늘었다. 배달건수와 비례해 배달용 이륜차도 늘어난 까닭에, 앞서 사례처럼 소음·난폭 운전에 대한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빈번하게 나온다.

서울시 소음진동민원 현황 통계를 보면, 도로교통민원은 재작년 139건에서 지난해 217건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충북 청주에선 이륜차 소음 민원은 2018~2020년 순서대로 3건 6건 19건, 이어 지난달 기준 37건으로 오름세다.

배달 이륜차 교통사고 1만793건…일반 오토바이 사고율 대비 '15배'

난폭 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문제도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배달 이륜차 사고위험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용 오토바이 사고율은 212.9%로 나타났다. 오토바이 1대당 연평균 2회 이상 교통사고가 발생한 격이다.

이는 개인용 오토바이 사고율(14.5%) 대비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배달용 이륜차 교통사고는 2016년 8천806건에서 지난해 1만793건으로 23% 증가했다. 5건 중 1건은 중앙선침범 사고다. 

또 10건 중 4건이 과속 또는 안전운전불이행에 따른 앞 차량과의 추돌사고다. 전체 교통법규 위반 사고 중 약 65%가 신호위반 사고로, 개인용 이륜차 신호 위반 사고 점유율(45.6%)보다 1.5배 높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배달업계, 안전 교육 등 교통법규 준수 장려하지만…

배달업계도 이를 자각하고 있다. 요기요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의 경우 소음 문제를 없애고자, 전기 오토바이 도입을 검토 중이다. 쿠팡이츠는 난폭운전 금지, 보행자 보호 등 교통법규 준수를 라이더에게 장려한다.

바로고 역시 라이더를 대상으로, 안전 운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단순 안전 교육에 그쳐선 안 된다고 봤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음·난폭 운전에 대한 법적 제도는 현재도 구비됐지만, 단속이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소음·진동관리법상 현행 이륜차 소음 허용 기준치는 105㏈(데시벨). 기차 옆을 지날 때 소음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 교수는 “과거엔 기술적 한계로 소음 문제가 당연시됐다. 하지만 오토바이 엔진 기술은 진일보했다”며 “이에 걸맞게 소음 기준치를 상향하는 등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달 오토바이 출입이 잦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 폐쇄회로(CC)TV와 소음 측정 장비를 설치해 단속 구간을 정하고, (소음) 기준치를 명확히 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륜차 제도적 관리 미흡"·"전면 번호판 부착해 단속 강화"

이륜차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가 수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용 신고와 정비, 그리고 폐차까지 이륜차에 대한 제도적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여기에 지난해부터 배달 오토바이 숫자가 늘어나면서 기준이 모호해져, 소음·난폭운전 등 문제가 뒤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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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디넷코리아)

김 교수는 "지금 규제하지 않으면 교통질서는 더욱 무분별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라이더 (면허) 자격 기준을 지금보다 강화하고, 라이더 전문성을 제고하는 등 채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시청각 교육이 아닌, 체험형 교육을 라이더에게 제공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면서 "전면 번호판을 부착해 단속을 확대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